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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탈복 부처반목 (輿說輻 夫妻反目)


가정이라는 수레를 끌고 가는 중 바퀴의 한쪽이 빠졌다. 원인은 부부간의 살아가는 이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혼하는 것이 부부간의 불륜, 생활력의 부재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주역에서는 가정이라는 수레의 양쪽 바퀴를 부부에 비유하였다. 부부가 서로 생각이 다르고 살아가는 사상이 다른 경우는 한쪽 바퀴가 이탈하는 것이다. 바퀴는 서로의 크기가 같아야하고 힘을 견디는 비중이 동일하여야 한다. 그래야 수레는 갈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운이라는 놈은 때로는 견디기 힘든 길을 가게끔 하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의 삶이다.


나에게는 매일매일 자랑하여도 모자람이 없는 존경하는 선배분이 계신다. 1960년대의 항일 투쟁위원회를 이끄시던 분이다. 그것도 여학생의 몸으로... 날마다 학교에는 정보과 형사들이 진을 치고 있을 때이다. 나는 그때 불량학생 리스트에 올라 북 부산 경찰서(지금은 없어졌다)에 잡혀가서 엄청 얻어맞았다. 거꾸로 매달리기도 하였고 손깍지에 볼펜을 끼우고 발을 눌리면서 동료가 있는 곳을 불어라 하였다. 그들의 취조 목적은 나의 선배 여대생의 행방을 알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잡혀온 모두 굳게 입을 다물고 반항적인 눈만 번뜩이고 있었다. 그때 자기의 동료와 후배의 고통을 연락 받고는 당당하게 경찰서로 찾아 왔다. 그리고 일성이 모든 것은 내가 한 짓이니 이들을 풀어 주라는 것이다. 예쁜 얼굴에 한 점의 두려움도 없는 또릿한 행동과 말솜씨 나의 면전에서 등치큰 형사가 “이 쌍년 때문에 ” 하면서 쌍소리부터 내는 경찰관에게 눈썹한 점 까딱하지 않는 모습을 난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어느 날 선배분이 시집을 갔다. 그것도 부잣집 출신의 의사에게 성격도 원만하고 무척이나 선배님을 소개받고는 결혼을 원했다 한다. 그리고는 우리 모두는 소식이 끊어 졌다. 당시의 동지들이 다들 헤어졌다. 나는 의식적으로 아무도 만나지도 소식도 전하지 안했다.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철학관의 점술사로 변한 나의 모습을 보이가 싫어서 일 것이다. 무려 중앙동 ㅁ ㅁ 다방 근처에는 얼씬도 안했다. 혹시 만나더라도 일부러 피했다. 그런 세월이 흘러 십 수년을 지냈을 때이다. 밖에는 약간의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학창시절의 친구가 찾아 왔다. 그 친구의 얼굴에는 한편 반갑기도 얼굴의 한 귀퉁이에는 화난 모습도 역역했다. 나는 사무실을 정리하고 둘이는 저녁을 먹고 포장센타로 향했다. 그때까지 이례적인 “뭘 먹을 래, 좀더 먹지” 하는 이야기 이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둘은 서로 권하면서 꼼장어구이와 소주를 연신 마셨다. 약간의 취기가 생기니 친구의 이야기는 “그렇게 혼자 편하게 사니 행복하더냐.”하고 공격을 시작한다. 나는 미안하다. 하는 말뿐이다. 그때 친구의 이야기가 선배님이 무척 괴로운 생활을 하시다가 재작년에 이혼을 하셨다한다.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 찾아가 뵈니 옛날의 매서운 기상은 사라지고 삶을 포기한 분 같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한다. 이혼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난 머리에 큰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누구보다 잘생기고 똑똑했고 라다쉽도 강한 여인, 좋은 가문에 좋은 직업을 가진 맘 좋은 남자를 만났고, 아들 딸 도 생산하여 부러울 것이 없는 행복한 여인이라고 생각 했는데 이혼을 했다고 하니 나는 순간적으로 선배님이 보고 싶은 심정이 가슴 가득하였다. 둘이는 소주를 몇 병이나 마셨는지 모른다. 둘이는 걸어서 영도다리를 건넜다. 당시 데모대를 이끌면서 부르던 “학도야, 학도야 청년하도야”를 미친듯이 둘이는 부르면서 경찰서 앞을 지났다. 그리고 나의 친구는 갔다.


나는 날이 새자 말자 친구가 가르쳐준 온천장에 있는 작은 사찰을 찾았다. 너무 일찍 와서 절 근처에서 약 시간 반이나 서성댔다. 누군가 절에 들어가는 기척이 보이는 걸 보고 나도 따라 들어갔다. 정확히 헤어 진지 15년만이다. 옛날의 모습은 갖추고 있었지만 너무 많이 변했다. “대원이 왔구나.” 옛날의 다정했던 목소리로 나를 대했다. 어딘가 아프신 것 같았다. 나는 어떤 이야기를 먼저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선배님은 답답하시다 면서 뒷산으로 산책을 하시자 하였다. 둘이는 걸어 면서, 때로는 바위위에 앉기도 하고, 차가운 물이 흐르는 개여울에 발을 담구면서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그의 인생의 파경을 몰고 온 원인을 차분히 말씀 하셨다.


도저히 그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이해하질 못하겠다는 것이다. 지극한 보수주의자와 강렬한 좌파의 만남인 것이다. 처음에는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였으나 결국은 헤어 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으로 출국하여 못 다한 공부를 하려 한다는 것이다. 나는 “미국은 더욱 심한 자본주의가 아닙니까?” 하며 웃으니 그래서 가보려 한다는 것이다. 우린 어둠살이 뉘엇 뉘엇 내리는 것을 보면서 하산하였다. 사실 나는 그렇게 좋아하던 선배님을 이렇게 가까이서 같이 지낸 적이 없었다. 그냥 먼발치에서 그를 바라볼 뿐 그 이상은 없었다. 나는 너무 기뻐서 속으로 만세를 부르면서 집으로 돌아 왔다.


며칠 후 그 절에 찾아 갔으나 선배님은 떠나고 없었다. 이후의 이야기는 난 모른다. 친구도 그 이후에는 만나지 못했다. 각박한 세상을 살면서 우정보다는 삶이 더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소축의 여탈복의 장을 읽을 때마다 총기 흐르는 선배님의 눈망울과 조금도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던 그의 행적과 이혼의 아픔 이후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여탈복(輿說輻) 說설명할 설. 이탈할 탈. 마차에 바퀴가 빠진다. 부처반목(夫妻反目) 부부가 서로 다른 생각과 이념으로 산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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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신검님의 댓글

천일신검 작성일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이 생각나게 되는 글입니다.

"그리워 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을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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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서대원님의 댓글

초아 서대원 작성일

천일신검님!
나이들어 지난 과거를 회상해 보면 모두가 후회의 연속이지요. 사랑하면서도 말한마디 못한 여인도 있고, 별로 이면서 가까워진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제일 후회 되는 것은 내가 글을 쓸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는 일입니다. 지금은 추억마져도 삼켜버리는 기억을 가지고 옛일을 쓰는데 한계를 느낍니다.
피천득교수님의 수필은
가슴으로 쓴 글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선생님의 수필집을 사랑하지요. 세번째를 만나고 후회하는 것이 아름다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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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효님의 댓글

지효 작성일

안녕하세요. 초아 선생님

선생님 칼럼을 한참 기다렸습니다..^^

부부가 이념을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저도 많이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문제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선배님에 대한 깊은 인연 참 인상적입니다.
그분이 꿈을 찾아 다시 날아다니시길 기원해봅니다.

선생님께서 대학시절 그런 경력이 있으셨군요...^^
저도 시대적 상황은 좀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동지애가 느껴졌습니다.

선생님 항상 건승하시구요.
무더운 여름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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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서대원님의 댓글

초아 서대원 작성일

"아침을 여는 작가지망생 지효"
내 막내동생이 경남공고 화공과 출신인데 공불 잘해서인지, 운이 좋은지는 몰라도 재수도 하지 않고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들어가서 지금은 대우자동차 이사라네 그놈을 보면서 자넬 생각했는데 "훨 자네가 진취적인 인물로 생각 돼네" 왜냐하면 항상 자네는 움직이고 공부하고 자기개발에 힘쓴 모습이 보이고 내동생은 직장을 지키려는것인지는 몰라도 대학원한번 안가고 작가는 꿈도 안꾼다네 잘하는 것이라고는 골프밖에, 내한테 한번 골프를 깨지고 나더니 한번도 다시는 공치자는 소리가 없는 자기중심의 외골수라네...
자네 같은 동생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든다네.
다음에 부산에 오면 더맛있는 "돼지국밥"한그릇 사줄터이니 한번 더 오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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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님의 댓글

예천 작성일

항상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많이 깨닫고 있습니다.
다음글이 많이 기다려 집니다.

칼럼들이 모여 책으로 나온다니 정말 좋은 소식이 아닐수 없네요.
책이 나오면 제일 먼저 사 정독을 해야겠습니다.

다음에 부산에 내려가면 친필 싸인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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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효님의 댓글

지효 작성일

아이고~~~ 감사합니다. 선생님.
제게 선생님같은 훌륭한 큰 형님이 계셨으면 아마 졸졸 따라다녔을겁니다..^^
이렇게 편히 대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변경연의 제 칼럼을 읽어주셨군요. 제가 무례를 범한것은 아닌지요....
선생님과의 만남을 기념하고 싶어 붓가는대로 써봤습니다.
돼지국밥 얻어 먹으러 꼭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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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 서대원님의 댓글

초아 서대원 작성일

작가는 자신의 이념을 이해 해 주고 알아주는 이를 제일 좋아 합니다.
언제든지 오십시요. 그리고 진리의 이야기를 토론해봅시다.
주역의 컬럼은
연속극과 달라 여러번 읽어도 싫지 안해야 합니다. 그래서 먼저 읽게 하여도 다시 책이 되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입니다. 아니 감명받은 구절이 있으면 가지고 싶은 것이 독자의 맘일 것입니다.
좋은 독자가 좋은 작가를 생산하는 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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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님의 댓글

베트남 작성일

세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사람을 만나는 일인데 부부의 연만큼 중요하고 가까운 것이 있겠습니까?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온다하여도 육신은 두개이지만 일심동체인 부부가 같은 마음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면 더 이상 행복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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